허성욱 교수

연구자료 허성욱교수[기고]배출권 거래제도 조속한 시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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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8회 작성일 11-08-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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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배출권거래제도 조속한 시행을

허성욱 서울대 교수·법학

배출권거래제도의 시행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이 문제를 논함에 있어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는 질문은 두 가지다. 첫째는 현 정부가 국제사회에 공언한 ‘2020년까지 BAU(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 선언’을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만약 ‘온실가스감축선언’을 없던 일로 한다면, 우리나라의 국제신인도는 큰 상처를 입게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어느 모로 보나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첫 질문에 대한 답이 ‘그렇지 않다’라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대한민국이 선언한 감축 목표를 기한 내에 달성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일단 온실가스배출 저감이 국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목표가 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선택하는 것이다. 온실가스감축 및 에너지효율적인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제도가 주된 정책수단이 되어야 하고, 부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장실패를 교정하는 차원에서 온실가스목표관리제를 보완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배출권거래제도에 반대하는 주장의 논거 중 하나로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아직 채택하지 않고 있는 제도를 우리가 나서서 도입함으로써 산업경쟁력의 저하를 겪게 될 것이라는 이른바 ‘독박론’이 있다. 이 주장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우선 유럽연합(EU)의 국가들이 2005년부터 EU 차원에서 배출권거래제도를 시행해오고 있고, 시행과정에서 노정된 문제점들을 교정해가면서 체계적으로 제도를 발전시켜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유럽 국가들의 산업들이 자발적으로 보다 에너지효율적인 저탄소녹색기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해당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의 우위를 지니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연방차원에서는 여러 정치적 역학관계에 의해 아직 배출권거래제도를 포함한 기후변화입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주 차원의 경우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전 세계의 다른 국가들과의 비교에서도 8번째로 스페인, 캐나다, 브라질, 인도, 대한민국보다 큰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06년에 지구온난화해결법이 발효된 이후 꾸준하게 온실가스감축을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Cap-and-Trade(총량거래제) 방식의 배출권거래제도이다. 캘리포니아주 대기자원위원회는 지구온난화해결법의 내용에 따라 2008년 배출권거래제도 실행계획을 입안했고, 2010년 12월 시행을 위한 행정규칙을 승인했다. 이로써 캘리포니아주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배출권거래제도를 시행할 전망이다.

저탄소산업구조로의 전환과 그를 위한 정책수단으로서 배출권거래제도는 거스르기 힘든 시대적 추세이다. 제도시행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고 산업부문에 따라서는 새로운 비용발생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제도 시행 과정에서 합리적인 방법으로 극복해 나가야 하는 문제이지 그것 자체가 제도의 도입과 시행을 거부하거나 막연히 미룰 수 있도록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세상은 우리가 현재 시점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변하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일찍 변화될 세상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만이 그 변화의 물결 속에 파묻혀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는 길이다.

<허성욱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출처: 경향신문